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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의 공감

최민용 2011. 5. 28. 10:08

저는 올해로 서른이네요...

하지만, 얼마전까지 20대였다는 점에서..
20대에 대한 입장을 정리 하고자 합니다.
어차피 저또한 20대의 범주에서 자랐고, 대학을 다녔거든요...


82년 개띠의 저는, 유치원 다닐때 88올림픽을 보냈고..
국민학교 시절 김영삼정권으로 인한 민주화의 혜택을 얻었지요...

네 윗 세대 분들 말마따나.. 투쟁도 없이 민주화의 단물을 얻은 세대 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요?

적어도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그 민주화의 단물을 공짜로 얻었다 해서
불안하지 않았고, 행복 했을까요?


제가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저희 동네가 하필이면 후진 동네라, 부산에서도 알아주는
문제학교로 뽑히는 곳이었죠... 중학교는 제가 지망하나요? 그냥 가라면 가는 거죠...

전 군대보다도 가기 싫은 시절이 바로 중학교 시절입니다.
하루라도 선생들에게 뺨한대 안맞은 날이 없고, 단지 맘에 안든다는 이유로 맞는것도 예사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은.. 친구들 끼리 빈부격차같은건 차이날것도 없이 전부 그럭 저럭 살거나.. 못살거나...
아니면, 잘살아도 괜히 잘난척 한다 티내고 다녔다가 따돌림 당할까봐 쉬쉬하는 애들 뿐이었습니다.

민주화는 정치적으로 했을지 몰라도...
인권적 민주화는 아직도 할말 많은건 아시죠?

그런 학교 선생님들... 아주 전투적이었습니다..... 맨날 줄세워놓고 군기 주고..
잔소리의 말 끝마다... 대학, 대학, 대학입니다.. 고등학교도 아니고 중학생에게..

실업계나 가버릴 쓰레기니 어쩌니...
공부도 못하는 버러지... 대학도 못갈 양아치 라며 손가락질 해대며
공부보다는 공포를 조장하며 교육시켰던 곳이지요...

그런데, 그땐 그래도 그 논리가 일부분은 맞았습니다.
그땐, 대학만 가면 누구나 취직을 했거든요...
대학만 나오면, 선생도 하고, 은행원도 하고, 기업에 들어가 중책도 맡았죠...
소위 서울권 대학 가면 인생이 걱정 없었고...
지방대라도 나오면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들이 무식한 방법으로라도 공부 시키려 했지요.......

그런데 제가 중3때... 97년...
경제 한파가 터졌습니다....

지금의 20대들이 막 질풍노도를 거치고 사회를 받아들이면서 철들 무렵이죠...

그리고 98년 초 IMF를 선언했지요.....
IMF가 저희에게 준 선물이 먼줄 아십니까?

패배의식 입니다..... 무얼해도 안된다는... 패배의식.. 패배주의 말입니다....

하다못해.. 다들 즐겁거나 슬프거나 해야 하는 제 중학교 졸업식 조차도...
엄숙하게... 교장선생의 IMF에 대한 설교를 들으며 졸업해야 했습니다...

98년도 고등학교 진학때.... 어땠는지 아십니까?

처음으로.. 인문계가 미달되고, 실업계 모집 인원이 초과 됐습니다.

굳이 겉으로 들어난 이유를 대자면...
다들 집안 사정이 어려워 지고..
당장 대학이라는 간판보다는...
기술을 배워 돈부터 벌어 보자는 심리가 일부분 작용 했기 때문에.........

하지만 거기엔 패배의식이 더 크게 자리 잡혔습니다...

저희는요...
경제 한파와 IMF 이후에.. 대학나와도 취직 못하고, 뛰어난 인재 조차..
취직을 못해 길거리에 나돌아 다닌다는 뉴스를 보며 고등학교에 진학 했습니다.
어려도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회사 들이 도산하고 그 가장들이 직장을 잃고 해맨다는 뉴스...
아니.. 다큐가 되버린 TV를 보며 세상이 참.. 그지 같다는 심정을 가지며 보냈습니다.

공부해봤자 나하나 건사 못한다..
대학가봐야 거기서 거기다...


그동안, 그놈의 대학때문에 죽도록 맞으며 학교 다니고, 선생, 어른들에게 세뇌 받듯이 공부에
몰입해야 했던 저희 세대에게..

이젠 공부해도 IMF가 있는 한은 어림도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은 IMF가 일찍 탈출 해서... 지나간 일이 되어 버렸지만..

당시에.. 영국이 IMF 졸업을 50년 만에 했네.. 어쩌네...
대한민국은 30년이 걸리네 어쩌네 하던게 풍문이었습니다..

그나마 금모으기 행사를 하면서 조기 졸업이 가능하겠다는 희망을 품었지요..

이런 위협적인 상황에서... 다들 선택한것이... 공부보다는 안정...
대학보다는 돈이 되버린 거지요...

정말로 공부에 뜻이 있는 애들은.....
우리 윗세대가 공부하는 것 보다 더 치열하게 할 각오가 아니면
엄두도 못내게 되었습니다...
공부로 성공한다는건.. 더 심한 상황에서 많은 경쟁을 치뤄내야 한다는 의미거든요....


그리고.. 그시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이 반성을 했습니까?

IMF때 기업뉴스에서 가장 화자된게 먼지 아세요?

지금은 회사가 어려운 때이니 노동자분들이 희생 좀 해주세요~
근로자 여러분들이 수당없이 야근도 좀 해주시고..
임금도 좀 동결하거나 깎아 주시고요..
근로자 여러분들은 우리의 가족이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니...
저희가 골라낸 사람은 좀 그만 나가 주었으면 좋겠네요.....

네.... 기업에 대한 애사심을 강조하면서...
효율과 개혁 따윈 개나 줘버리고..
안그래도 불안한 근로자들을 더욱 쥐어짜서 회사의 생산성을 높였죠....

기업들이 해댄 그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것들은...
결국은 노동자의 고혈을 새롭게 뽑아내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식으로 생산성, 이윤을 늘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노동자들이 더욱 일하기 힘들도록 했습니다.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그 불안감을 조장시켜...
노동자를 정말 수족부리듯 잘 부려 먹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세대는 그런 부조리와 잘못된 모습을 보고, 견디고, 감내하며 컸습니다....


정말 죽도록 공부했는데...
공부는 못하지만, 운좋게 어학연수 다녀왔던 학생보다 스펙에 밀려 취직에 밀리고..

윗세대에선 권총찬게 자랑이고 낭만이라며 캠퍼스를 누릴때...
지금 놀다간.. 가족이 아니라.. 나 하나도 건사 못한다는 불안감에..
도서관에 박혀 있어야 했습니다.


불안감과 위기를 조장해서.. 저희 세대를 가르치고 몰아대던 분들이...

그 공포속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이라도 가져 보겠다고 발버둥 치다.... 
외톨이가 되어버린 지금의 20대에게 
책임감 없다,, 잉여다 할 자격이 있는지요?

20대는 자라는 동안 민주화의 단물을 얻은 세대가 아니라...
온갖 부조리한 사회 문제를 IMF로 몸으르 체험하며 큰 불쌍한 세대입니다.

하다못해 지금의 10대들은... IMF가 머였는지 몸소 잘 아는 친구들이 몇이나 되는지요...?
그네들은 그래도 정보가 발달하면서 학생인권이다 머다해서.... 자정기능이 가동되고 있다지만...

지금의 20대는 구세대들이 세뇌하고 가르치고 조장한 가치의 마지막 희생자들 아닙니까? 

겨우 대학들어갔더니 가르쳐 주는건 직업 전문 학교 수준만도 못한 수업내용
말도 안되게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
겨우 대학 나왔더니 경쟁력이 떨어지니 어쩌니.... 영어가 되니 안되니.....

이보세요... 요즘 20대들은 대학 한번 졸업하는데 젊음과 패기 시간과 노력 모두를 쏟아 부어야
겨우 할수 있을까 말까한 일입니다...

최소한 저희는 저희 스스로라도 책임지고 건사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겁니다...
남에 대해 무지하거나.. 이기주의로 가득차서도 아닙니다...

정말로 해답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기위해 좌충우돌 하는 것 뿐입니다...

맞으면서 큰걸로 따지면, 윗세대 못지 않게 맞으면서 컸고..
부조리를 겪었다면 그에 못지 않게 겪었습니다...
예전엔 탄압과 억압이라는 부조리였다면..
현재는 교모하기 짝이 없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패배주의라는 부조리지요...

저희가 못난게 아니라..
세상이 못났음을 일부분 인정해야 합니다...


여담으로... 뻑하면... 김대중이, 노무현이가 나라 말아먹었네 어쩌네 하시는데...
나라 말아먹은 건 전 김영삼 정권에서 말아먹었고요....
그나마  IMF 조기 졸업 시켜준걸로,  최소한 저희 밑에 세대에게 부담 안쥐어 준것 만으로도....
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나라 말아먹은 사람 따로 있는데... 이분들이 복구시킨 역사는
후대에 명백하게 논의 될거라 믿습니다...

딴다라당....... 지금 우리나라 경제상황 좋다 좋다 하지요? 그러면서 영어안하고, 노동자가 이기적으로 굴면 국가와 경제가 위험해 진다고 조장합니다.....
그리고 저번 미국발금융사태 때 위기를 잘 넘긴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시는데...
김,노 정권에서 체질개선이 잘되고, IMF조기 졸업 성과 때문에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난거 가지고 거드름 피우지 마세요.....
말마따나 이회창 정권으로 그시기를 보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그리고... 다음 정권은 지금의 야당이 대권을 잡아도 걱정입니다...
워낙에 지금정권이 많이 해처먹어서... 그 부작용을 후대 정권에서 고스란히 받아 김,노 대통령님들 처럼, 잘하고도 욕먹을게 뻔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