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구변화와 이민정책
정명환 (사)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
UN은 전 세계적인 인구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저출산, 수명연장, 고령인구 증가 등으로 세계의 인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인구구조의 세대간 불균형, 인구의 평균연령 증가, 노동인구의 노년부양비 증가로 귀결된다. 자칫 어린이와 고령인구가 부양받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한국은 이미 여러 경제부문에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더욱 심각한 노동인구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오는 2050년쯤 한국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이민자들로 채워져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세기 한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이 나라 밖으로의 이민정책에 힘입은 바 컸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얘기다.
지난 2005년에 7.9명의 노동인구가 한 명의 은퇴인구를 부양했다면 2050년쯤에는 1.4명의 노동인구가 자기 몫 외에도 다른 한 명의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한국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이를 앞서 경험한 선진국들과 달리 충분한 경제적 자원의 축적 없이 심각한 사태에 직면해 연금지출이나 건강보험, 막대한 공공재정의 부담을 안게 된다. 이 같은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형태로 노동인구에게 희생을 요구하게 되면, 세대간 긴장과 불평등을 야기하게 된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는 우리사회의 노동참가율을 높이는 길 뿐이다.
몇 가지 정책 수단이 있다. 출산율을 높이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과 노인의 노동참가를 늘리는 방법, 그리고 외국으로부터 이민을 받는 길이 있다. 그런데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정책이 개입하는 데엔 기본적인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교육비 부담이 불 보듯 뻔한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두고 웬만한 금전적 보상으로는 아이 낳을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게 보편적 인식이다.
은퇴연령을 높여 노인인구의 노동참가를 늘리거나 더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방법은 어떤가? 노인의 노동참가는 노동력 규모를 키울 뿐만 아니라, 고령인구의 사회적 지출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의 노인들은 이미 OECD국가들의 노인들 중에서 가장 많이 노동시장에 남아 있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은퇴연령을 늦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력은 어느 정도로 필요한가? 2000년 수준의 노동인구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2050년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상을 외국인으로 채워야 하는 때에는 그 수가 약 640만 명에 이를 것이다. 연평균 21만3천 명의 외국인을 받아야 한다. 이쯤 되면 외국인 노동력 수입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건강한 노동력만 비교적 값싼 사회적 비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지극히 이기적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구조적 인구변화를 감안하면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지금부터 더 포괄적인 이민정책을 준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외국인을 받는 나라는 그들의 노동력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이질적 문화와 가치를 가진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 젊은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50%에 달하는 그 가족의 구성원과 비노동 인구도 함께 들어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결혼해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서 학교에 가며, 그들 또한 병들고 늙어 간다.
이제 이런 이질적 문화를 조화롭게 공존시키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불법체류의 굴레를 쓰고 도시 변두리 공장을 불안한 눈빛으로 서성이거나, 메마른 농촌으로 시집온 젊은 아시아 여성의 비애가 떠오르는 빈약한 상상력에 우리사회의 인식이 갇혀 있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이주민을 우리사회의 주변부에 머무르게 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이 같은 이민의 중장기적 이슈에 대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크게는 중앙정부의 몫이겠지만 지방정부의 할 일도 적지 않다. 인천은 더욱 그렇다. ‘하나 된 아시아’를 주제로 아시아 이주민 축제가 열리는 이유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다.
정명환 (사)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
UN은 전 세계적인 인구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저출산, 수명연장, 고령인구 증가 등으로 세계의 인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인구구조의 세대간 불균형, 인구의 평균연령 증가, 노동인구의 노년부양비 증가로 귀결된다. 자칫 어린이와 고령인구가 부양받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한국은 이미 여러 경제부문에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더욱 심각한 노동인구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오는 2050년쯤 한국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이민자들로 채워져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세기 한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이 나라 밖으로의 이민정책에 힘입은 바 컸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얘기다.
지난 2005년에 7.9명의 노동인구가 한 명의 은퇴인구를 부양했다면 2050년쯤에는 1.4명의 노동인구가 자기 몫 외에도 다른 한 명의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한국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이를 앞서 경험한 선진국들과 달리 충분한 경제적 자원의 축적 없이 심각한 사태에 직면해 연금지출이나 건강보험, 막대한 공공재정의 부담을 안게 된다. 이 같은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형태로 노동인구에게 희생을 요구하게 되면, 세대간 긴장과 불평등을 야기하게 된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는 우리사회의 노동참가율을 높이는 길 뿐이다.
몇 가지 정책 수단이 있다. 출산율을 높이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과 노인의 노동참가를 늘리는 방법, 그리고 외국으로부터 이민을 받는 길이 있다. 그런데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정책이 개입하는 데엔 기본적인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교육비 부담이 불 보듯 뻔한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두고 웬만한 금전적 보상으로는 아이 낳을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게 보편적 인식이다.
은퇴연령을 높여 노인인구의 노동참가를 늘리거나 더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방법은 어떤가? 노인의 노동참가는 노동력 규모를 키울 뿐만 아니라, 고령인구의 사회적 지출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의 노인들은 이미 OECD국가들의 노인들 중에서 가장 많이 노동시장에 남아 있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은퇴연령을 늦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력은 어느 정도로 필요한가? 2000년 수준의 노동인구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2050년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상을 외국인으로 채워야 하는 때에는 그 수가 약 640만 명에 이를 것이다. 연평균 21만3천 명의 외국인을 받아야 한다. 이쯤 되면 외국인 노동력 수입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건강한 노동력만 비교적 값싼 사회적 비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지극히 이기적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구조적 인구변화를 감안하면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지금부터 더 포괄적인 이민정책을 준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외국인을 받는 나라는 그들의 노동력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이질적 문화와 가치를 가진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 젊은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50%에 달하는 그 가족의 구성원과 비노동 인구도 함께 들어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결혼해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서 학교에 가며, 그들 또한 병들고 늙어 간다.
이제 이런 이질적 문화를 조화롭게 공존시키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불법체류의 굴레를 쓰고 도시 변두리 공장을 불안한 눈빛으로 서성이거나, 메마른 농촌으로 시집온 젊은 아시아 여성의 비애가 떠오르는 빈약한 상상력에 우리사회의 인식이 갇혀 있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이주민을 우리사회의 주변부에 머무르게 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이 같은 이민의 중장기적 이슈에 대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크게는 중앙정부의 몫이겠지만 지방정부의 할 일도 적지 않다. 인천은 더욱 그렇다. ‘하나 된 아시아’를 주제로 아시아 이주민 축제가 열리는 이유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다.
인천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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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희망도시 인천!
글쓴이 : insufirst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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